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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창녕 막국수 노포 대중분식당

by 바구님 2023.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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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와 억새밭이 아름다운 산정상을 가진 화왕산과 람사르 습지 우포늪으로 유명한 경남 창녕에는 지역민들의 면요리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막국수 노포 식당인 대중분식당이 있다. 막국수라면 당연히 메밀이 풍부한 강원도지역이나 강원도에서 발원한 한강을 따라 위치한 충주, 여주, 양평과 같은 도시들이 유명한데 뜬금없이 경남 창녕이라는 점도 처음에는 다소 뜬금없었다. 하지만 맛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 찾게 되는 집이다. 나 또한 결혼 전에 처음 방문했으니 벌써 20년이 넘은 단골인 샘이다. 거두절미하고 식당에 대한 소개를 해보자.

 

위치 및 영업시간

식당의 주소는 '경남 창녕군 창녕읍 창녕대로 27'로 창녕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인근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가용을 이용하시더라도 창녕 IC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예전에 없던 주차장이 식당 뒤에 크게 생겨 주차도 어렵지 않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저녁 9시까지 영업을 하고 휴무일은 따로 없는 것 같지만 멀리서 찾아오는 경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미리 연락하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전화번호는 055-532-8033이다. 음식의 특성상 지금과 같은 겨울에는 손님들이 많지 않지만 여름에는 대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라고 대기가 있더라도 회전율이 상당히 좋으니 많이 기다리실 필요는 없을 것이다.

 

메뉴

이 식당의 메뉴는 단 셋 뿐이다. 메밀막구수, 메밀 왕만두, 한방선지해장국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나마 한방선지해장국은 겨울에만 한정해서 판매하고 있고 판매시기는 식당내부에 언제부터 시작한다고 붙여 놓는다. 메밀 왕만두는 사이드메뉴이고 선지해장국은 겨울 뿐이니 사실상 단일메뉴로 장사하는 식당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방선지해장국은 아직도 맛본 적이 없으니 생략하고 메인메뉴를 소개하겠다. 우선 테이블에 앉으면 어느 냉면집, 막국수집과는 다르게 식초와 겨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하게 소포장된 겨자기름이다. 겨자기름이라면 대부분 생소하고 무색에 작으니 매콤 새콤하게 먹으려면 여러 개 넣어야 하겠네라는 생각을 했다면 오산이다. 나 또한 겨자맛을 좋아해 많이 넣는 편인데 여자들은 한 개도 좀 많고 나의 경우 하나 반 정도를 넣는다. 주문하고 불과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바로 음식이 나오는데 우선 육수를 맛보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빨간 육수와 면 위에 올라간 양념덩어리 그리고 얇게 썬 오이가 전부이다. 맛도 특이하게 강원도의 동치미 육수와는 다른 새콤한 그런 육수이다. 면은 또 어떤가? 면은 상당히 얇지만 탄력이 쫄면을 능가할 정도로 탱탱하다. 푸드파이터들이 아니라면 가위를 사용하셔야 할 것이다. 순수 메밀을 사용하면 이 탄력을 만들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난 탄력이 어느 정도 있는 면을 좋아한다. 면의 탄력성 때문에 궁금해서 물어보니 사장님께서 메밀가루를 30% 정도 쓰신다고 어렵지 않게 말씀해 주신다. 육수의 온도도 미리 말씀해 주시면 시원하게 미지근하게 선택할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 식당의 또 다른 장점, 나 같은 면킬러 들은 면요리를 보통으로 주문한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근데 여기는 곱빼기가 없다. 그냥 면사리를 한 그릇 더 주셔서 알아서 먹으면 된다. 그리고 대중분식당 막국수의 단짝친구를 소개한다. 20년 전에도 식사 전 대나무소반에 싱싱한 고추, 양파, 오이를 올려서 나왔는데 아직도 그대로이시다. 채소들과 같이 나오는 쌈장이 정말 끝내주는데 콩, 땅콩과 같은 견과류를 많이 넣고 참기름을 둘러서 짭조름한 느낌보다 고소한 느낌이 더 크게 느껴질 정도이다. 메밀만두는 메밀가루로 만든 피를 써서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고 애들 주먹만 한 크기의 만두가 4개 들어 있다. 고기와 야채들로 가득한 소가 들어 있는 전형적인 메밀만두이지만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추가로 주문해도 좋을 음식이다.

 

마무리하며 ( + 창녕 가볼 만한 곳)

사장님께 여쭤보니 서울아시안게임이 있었던 1986년에 개업을 하셨다니 벌써 40년이 다 되어가는 노포이고 그 메뉴와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계시다. 가격이 예전에 비해 다소 올라서 아쉽기는 하지만 사실 요즘 내 월급 이외에 안 오른 것이 어디 있을까? 창녕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은 동네이다. 봄/가을이면 화왕산의 진달래, 억새밭으로 등산객이 넘쳐나고 지금 같은 겨울에는 우포늪에 탐조여행을 오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 최초의 워터파크 격인 부곡하와이 온천도 창녕이고 동요 산토끼의 원조도 창녕에 있다. 읍내에는 몇 남지 않은 조선시대 냉장고이자 보물인 석빙고가 있고 가야의 유적들도 많이 있어 창녕박물관에 가보면 창녕의 역사를 한눈에 다 담을 수 있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창녕을 방문하시면 대중분식당에서 간단하게 막국수 한 그릇 어떨까?

대중분식당 막국수와 야채, 쌈장 그리고 추가 면사리
대중분식당 메밀만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