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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찐가성비 노포 한우집 대구 불로동 구불로식당

by 바구님 2023.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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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의 추억

16년 전 신혼 초에 대구 불로동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운동을 좋아했던 나는 주말 아침이면 인근에서 조기축구를 나갔고 운동을 마치고는 멤버들과 점심 겸 간단한 반주를 즐기려고 인근 식당을 찾았었는데 그때 우연히 찾았던 찐가성비 노포 한우집인 구불로식당을 찾았던 기억이 났다. 지난 주말 불로동 인근에 일이 있어 가족들과 갔다가 예전 생각이 가물가물 나서 다시 찾게 되었다. 너무 오래전이라 맛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싸고 맛났고 술안주로 좋았던 기억만은 생생했다. 주택가에 위치해 있어 큰길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주차장도 따로 있으니 찾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간판에 'since 1975'가 딱 찍혀 있다. 나보다 한 살 적다. 여기도 50을 바라보고 있구나. 내가 노포를 좋아하는 이유는 맛이 없다면 한 자리에서 그렇게 오랜 세월을 버틸 수가 없고 주인만 바뀌지 않는다면 맛과 전통은 유지되거나 업그레이드될 것이기 때문이다.

 

 

식당 주요 메뉴 소개

가게에 들어서니 메뉴판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플래카드가 커다랗게 가격표를 대신해 걸려 있다. 그리고 노포답지 않게 테이블마다 터치식 모니터가 있어 거기에서 주문이 가능하다. 물론 대부분은 직접 직원을 호출해서 주문을 하지만...... 한우 생고기인 등심과 갈빗살은 100g에 11,000원이고 소금구이는 9,000원 불고기는 200g에 8,000원이다. 만원이 되지 않는 가역에 한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우리나라에 과연 몇 곳이나 될까? 아직도 어마어마한 가성비를 자랑한다. 하지만 여기는 한우 생고기보다 훨씬 많이 팔리는 것이 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불고기, 뒷고기, 모듬을 주문해서 먹고 있다. 소고기에도 뒷고기가 있었나 하며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다. 돼지고기 뒷고기는 특수한 부위이고 한 마리에 몇 점 나오지 않으며 맛이 있어 도축하는 사람들이 뒤로 빼돌려 먹었다고 해서 뒷고기라고 한다. 그러나 소고기는 뒷고기라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다. 이 집에서 뒷고기라 함은 소의 내장류 부속고기들 즉, 대창, 곱창, 간, 허파, 오드레기, 염통, 양 등의 부위들을 간장베이스의 양념에 재워 단짠단짠 한 맛을 지닌 메뉴이다. 불고기, 뒷고기, 모듬 모두 같은 양념이 들어간 메뉴이고 모듬은 뒷고기와 불고기를 섞어 내어 주는 메뉴이다. 셋 모두 가격은 200g에 8,000원. 직접 소를 키우지 않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가격이 아닌가?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처음 가게를 열 때 직접 한우농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구불로식당 가성비 메뉴

우린 소금구이와 모듬을 주문해서 먹어 봤다. 소금구이는 살짝 얼어 있는 듯한 고기를 얇게 기게로 슬라이스 떠서 등심과 몇 가지 부위를 가져오는데 생각보다 부드럽고 얇아서 그런지 고소한 기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스르륵 입안에서 녹아 없어진다. 구이를 먹었지만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를 맛보지 않을 수가 없어 모듬도 주문하니 은박지에 초벌을 해서 거의 다 익은 채 들고 오신다. 맛은 단짠단짠 그 자체이고 내장류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지만 내장 특유의 꼬릿한 냄새가 씹을 때 느껴진다. 나는 그마저도 사랑하지만 간 부위에서 나는 그런 느낌이 전해진다. 우린 배가 불러 먹어 보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식사 후 '한국인의 후식' 볶음밥을 남은 고기와 소스에 볶아 드시는데 직원이 김치, 콩나물 등을 넣어서 은박지가 안 찢어지게 잘 볶아서 만들어 주신다. 다음에는 꼭 맛봐야 하지 않을까?

 

마무리하며

구불로식당에서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서 이런 코스를 추천한다. 먼저 소고기를 간단히 구워 먹고 양념이 들어간 불고기, 모듬, 뒷고기를 먹으며 한 잔 후 마무리로 볶음밥. 이 집에서는 이 이상의 조합은 없을 것 같다. 생고기(뭉티기)와 간천엽은 평일에만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맛보지는 못 했지만 충분히 매력 있을 것 같다. 고급스럽게 먹어야 할 자리도 있겠지만 가까운 지인들과 가볍게 한 잔 하면서 한우를 먹고 싶다면 너무나도 적합한 식당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맛과 가격 계속 유지하면서 50년 100년 오래오래 영업하시길 바라본다.

구불로식당 소금구이
이집의 시크니쳐 모듬(불고기+뒷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