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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부산 영도 술쟁이행님들의 성지 멍텅구리

by 바구님 2023.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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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도 영도라면 노포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 영도에서도 술꾼,  술쟁이들의 천국이자 성지인 곳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 멍텅구리를 소개하려고 한다. 오래전부터 나의 먹킷리스트에 올라와 있었으나 부산을 항상 가족들과 함께 했기에 안주가 메인으로 나오는 집은 가기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맘먹고 방문했다.
 

식당 위치 및 영업시간

남포동이나 송도에서 다리를 넘어 영도에 들어오게 되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동네가 남항동이다. 그 남항동에 남항시장이 위치해 있고 영도의 맛집들은 이 남항시장 안에 80~90%가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멍텅구리 역시 남항시장 인근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고 주소 상으로는 '부산광역시 영도구 절영로 93번 길 11'이 되겠다. 영업시간은 별도로 제공하고 있지 않고 가게에도 별다른 말이 없으나 낮에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방문한 시간이 저녁 7시가 안 된 시간이었는데 재료가 얼마 없었고 우리 뒷 손님들도 거의 마지막으로 받으시려는 것으로 보이는 눈치였다. 쌈채소가 우리 뒷손님들에게 마지막으로 나갔다. 휴일은 따로 없어 보이고 마치는 시간은 주인 마음인 듯하니 전화를 해보고 방문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051-415-2421 식당크기는 테이블이 10개가 좀 넘어가는 작은 식당으로 2~4인씩 소주 한 잔 하고 식사도 하러 오시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멍텅구리 메뉴 (2023년 12월 기준)

 

멍텅구리 메뉴 소개

메뉴판은 문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3만 원이다. 가격이 저렴해 보이지는 않지만 나중에 양과 서비를 보면 엄청난 가성비라는 것을 알게 된다. 먼저 온 손님들 테이블에는 모두 섞어볶음을 먹고 있었고 한 테이블에서 빙장회를 추가해서 먹고 있었다. 이 식당의 간판메뉴도 섞어볶음과 문어, 빙장회, 장어구이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장어와 문어는 소진되었다고 해서 우리는 빙장회와 섞어볶음을 주문했다. 참고로 빙장회란 생선의 선도를 위해 얼음에 재워 보관한 것을 바로 썰어서 먹는 숙성회로 여수의 선어회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이 집의 빙장회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그날그날 들어오는 생선에 따라 달라지므로 오늘의 빙장회는 내일이 되면 달라질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하기를 바란다. 그날은 생굴, 한치회, 노랑가오리회의 구성으로 나왔는데 역시나 숙성회답게 회의 탄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감칠맛이 올라와서 좋았다. 어떻게 보면 얼음에 담겨 있던 생선을 대충 막 썰어서 성의 없이 보이고 얼음도 간간이 씹혀서 호불호가 있을 수 있으나 숙성회만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好이다. 굴의 맛은 모두가 아는 맛이고 한치는 살짝 얼어있어 식감도 좋고 담백함이 올라왔다. 무엇보다 가오리회는 활어 상태에서는 좀 질겨서 먹기가 불편함이 약간 있는데 숙성이 되니까 부드럽고 감칠맛까지 올라와서 나와 내 동생은 최고로 꼽았다. 섞어볶음은 이 집의 시그니처메뉴답게 거의 모든 테이블이 주문하는 메뉴이다. 오징어, 돼지고기, 새우를 야채와 함께 두루치기 스타일로 볶아서 나오는데 장어구이, 두루치기도 이와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한다. 우선 푸집한 양에 놀랐는데 재료의 선도도 좋았고 큼직큼직하게 썬 것이 주인장이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재료가 좋고 양이 많아도 맛이 없으면 허사인데 양념도 예술이다. 허겁지겁 먹으며 소주를 들이키다 보니 사리 넣는 걸 까먹었다. 미리 볶을 때 넣어야 한다고 나중에는 안 해주신단다. 다음에는 꼭 사리를 넣으리라 다짐한다. 양념이 너무 맛있어 밥반찬으로도 아주 그만이다.
 

멍텅구리 기본상 및 서비스 

주문하기 전 기본상차림으로 나오는 음식도 여기는 장난이 아니다. 김치, 고추마늘, 미역국, 양념장, 쌈채소가 나오는데 김치는 무심한 듯 직접 담근 김치였고 미역국은 홍합을 베이스로 해서 시원담백해서 좋았고 쌈채소는 특이하게 쑥갓과 깻잎, 배추로 구성되어 나왔는데 생각보다 빙장회와 아주 잘 어울리는 구성이었다. 양념장은 직접 만든 쌈잠에 초장과 고추냉이를 섞어서 주시는데 쌈채소를 찍어 먹으니 이게 또 묘하게 맛있다. 물론 빙장회가 나올 때 초장과 고추냉이는 따로 내어 주신다. 우리는 못 얻어먹었지만 조용할 때는 빙장회도 조금씩 서비스로 주신다고 한다. 무엇보다 3만 원짜리 안주를 하나만 주문해도 따라 나오는 것이 있는데 동태탕이 큰 냄비에 나온다. 우리는 안주를 2가지 주문했지만 다 못 먹을 것 같아 탕은 하나만 달라고 했는데 큼직한 동태가 여러 개 들어간 것이 동태탕만으로도 술안주가 될 듯했다. 시원한 미역국과 얼큰한 동태탕 서비스는 소주를 실컷 먹으라는 주인장의 배려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식당을 나서며

업력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주인장 손맛 좋은 노포임에는 틀림없었다. 계산을 할 때 사장님이 항구에 가서 배에서 결제를 해야 한다고 현금을 줄 수 없냐고 하시길래 망설임 없이 바로 현금으로 드렸다. 정말 가성비 있는 식당에서 맛있게 먹고 나올 때는 카드로 결제하면 미안하지 않은가? 거래하는 배와 선장님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재료는 정말 싱싱한 것들을 사용한다는 것은 검증이 되었다. 물론 이미 먹어봐서 알고 있지만. 부산에서 누군가 만나서 소주를 한 잔 해야 한다면 이제 여기를 항상 염두에 두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긴 다른 술도 아닌 무조건 소주이다. 부산에 가서 소주 한 잔 생각나신다면 멍텅구리를 적극 추천해 드린다.

멍텅구리 빙장회 (생굴, 한치, 노랑가오리)
멍텅구리 섞어볶음
멍텅구리 기본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