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들의 애환과 밥상
문경 가은지역에는 광부들의 애환이 담긴 광부들의 밥상인 족살찌개라는 특이한 메뉴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그 족살찌개를 가장 잘한다고 알려진 수정식당을 소개하고자 한다. 식당소개 이전에 우선 문경과 석탄산업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석탄산업은 가스와 석유값이 안정된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의 핵심 에너지 자원으로 국민생활의 연료공급 및 국가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나 1989년부터 석탄산업합리화에 의해 서서히 폐광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문경 가은지역은 국제 제2의 탄전으로 1938년 석탄이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일본에 의해 자원수탈정책으로 개발되었고 해방과 한국전쟁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으나 1950년 대한석탄공사가 발족하면서 국광(國鑛)으로 접어들면서 다시 번성했고 1994년 폐광되었다. 지금은 그 자리에 석탄박물관이 들어서서 국가성장동력의 핵심이었던 석탄과 석탄산업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와 광부들의 삶까지 재조명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석탄산업의 중심에 있던 문경지역의 광부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 바로 족살찌개인데 그 밥상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수정식당 주요 메뉴(족살찌개) 리뷰
문경시 가은읍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앞에 위치한 수정식당은 테이블이 10개도 안 되는 작은 식당으로 족살찌개가 메인 메뉴인 식당이다. 족살찌개란 옛날 가은지역 탄광이 활성화되었던 시절 광부들이 목에 낀 탄가루를 빼기 위해 돼지고기를 많이 먹었는데 그중 국물음식이 바로 족살찌개이다.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먼지나 매연, 탄가루를 많이 마시는 직업들은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하고 황사가 많이 낀 날에도 돼지고기를 많이 먹지 않는가? 하물며 하루 종일 갱도 안에서 석탄가루를 마신 광부들은 당연히 돼지고기를 많이 찾았고 그 중심에 있었던 음식이 족살찌개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족살찌개 1호점'이란 팻말이 걸려 있다. 몇 년 전 문경시에서 탄광산업이 활발할 때 광부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인 '족살찌개 달인'을 공모했는데 수정식당이 그 맛을 제일 잘 재현해서 받은 타이틀이라고 한다. 이름에서 보듯이 돼지 족발의 앞다리부위인 앞사태를 듬뿍 넣어 끓여 낸 빨간 찌개이다. 안에 들어간 재료라고 해봐야 족살, 두부, 팽이버섯, 새송이버섯, 무뿐인데 뭔가 시원 담백 단짠 하다. 쉽게 말해 우리 입맛에 딱이란 말이다. 충청도 지역의 짜글이찌개와 경주 안강 까치식당의 돼지찌개 느낌의 그런 찌개이다. 보통의 돼지찌개에는 김치가 들어가 시원 칼칼한 느낌을 주는데 여기는 얇게 썬 무가 시원한 맛을 내어주고 버섯과 두부가 부드러움을 더해 준다. 고기도 발목부위라 쫄깃하고 씹는 맛이 있다. 운전만 아니었다면 소주 한 잔을 바로 들이켰을 맛이다. 다른 메뉴들은 맛보지 못했지만 이 음식솜씨라면 기본 이상은 할 듯하다.
식당 총평
족살찌개 1만 원, 양푼이 매운 갈비찜 1만 원, 낙지볶음 1만 원, 스모노(족살냉채) 1만 8천 원, 잔치국수 5천 원 등 메뉴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고 가격은 고기가 많이 들어간 걸 생각하면 가성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메뉴는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하고 반찬들도 모두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고 깔끔했다. 사장님도 친절하셨고 찌개가 메인인 식당들은 국물이 튄 자국이 많기 마련이지만 생각보다 깔끔한 실내 분위기를 유지했다. 맛은 두 말할 나위 없이 괜찮았고 주차장은 따로 없지만 가게 앞이나 길 건너 버스터미널 주차장에 주차하면 큰 무리가 없다. 문경지역을 찾는다면 문경석탄박물관과 문경에코월드를 꼭 가보시길 추천드리고 광부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인 족살찌개를 꼭 맛보시길 바란다. 시간이 없으시다면 전 메뉴 포장도 가능해 보이니 식당에서 먹는 맛보다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맛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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