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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은빛 물결 일렁이는 억새 명소 : 경상도

by 바구님 2023.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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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오늘은 지금부터 절정을 맞이하기 시작하는 은빛 물결이 파도치듯 일렁이는 억새 명소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억새는 벼과의 식물로 전국의 산야에 햇빛이 잘 드는 곳이면 어디든 큰 무리를 이루고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인터넷에 보면 가끔 억새명소로 소개했는데 갈대군락지인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억새는 갈대와 비슷하게 생겨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기 쉬운데 억새와 갈대의 차이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겠다. 가장 쉽게 구분하기 좋은 것은 서식지의 차이로 억새는 건조한 산야에 살지만 갈대는 물이 있는 강가나 습지에 주로 서식한다. 참고로 물억새라는 종도 있어 이것은 물가에서 자란다. 억새의 키는 사람과 비슷한 1~2m인 반면 갈대는 2~3m로 갈대밭에 들어가면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꽃이 피는 시기는 둘 다 비슷하지만 갈대가 조금 더 늦게 피는 경향이 있고 꽃의 색깔과 모양에서 쉽게 구분이 가는데 억새는 은색이나 흰색을 보이며 강아지풀처럼 부드러운 반면 갈대는 갈색을 보이며 벼나 수수처럼 생겨 거칠어 빗자루를 만들 때 쓰이기도 하고 속이 비어 있어 친환경 빨대로도 쓰인다고 한다. 억새는 초가집의 지붕을 덮을 때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순위 매기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전국 5대 OO, 우리나라 3대 OO 이렇게. 억새도 역시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국 5대 억새 군락지’라는 것을 만들어 언제부터 인지 등산객들 사이에서 가을산행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5곳은 주로 강원도 정선 민둥산, 경기도 포천 명성산, 경남 창녕 화왕산, 경남 밀양 간월재(사자평), 전남 장흥 천관산을 말하고 충남 홍성 오서산과 경남 합천 황매산과 경남 양산 천성산이 포함되기도 한다. 물론 주장하는 사람에 따라 순위는 바뀔 수 있다. 제주도에도 역시 오름들이 많아 억새로 유명한 곳이 많다. 분량이 많아 제주도는 생략하고 이제 억새명소들을 소개하겠다.

 

경남 합천 황매산

황매산을 오르는 길은 합천과 산청 두 지역에서 가능하지만 주로 합천으로 오르고 억새평원도 합천방향에 있기 때문에 합천으로 소개하겠다. 내가 살고 있는 대구와 가까워서 그런지 황매산은 거의 매년 봄, 가을로 찾고 있는 곳인데 봄이면 전국 최고의 철쭉이 온 산을 붉은 주단을 깔아 놓은 듯 아름답게 만들고 가을에는 억새의 은빛 물결이 숨 막히게 만드는 곳이다. 다른 억새군락지들은 대부분 등산을 해야 하는데 황매산의 가장 큰 매력은 해발 800m 가까운 곳에 주차장이 있어 다리가 불편하고 체력이 약하신 분들도 은빛 장관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고개만 돌리면 해발 800~900m 일원의 광활한 억새군락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황매산 억새군락지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고지전투 장면을 촬영지로 유명하고 산능선에 위치한 황매산성은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경치가 빼어나서 영상을 담을 장소로 로케이션 되었지 않을까? 황매산 정상은 1108m로 황매산성에서 200m 정도만 더 올라가면 되지만 정상에 올라가지 않더라도 황매산성 근처에만 가도 전체가 다 조망되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억새군락지 둘레로 조성해 놓은 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 돌면 대략 한 시간 반 정도면 충분히 감상할 수 있고 곳곳에 사잇길이 있어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도 많다. 2023년 10월 21일부터 29일까지 제2회 황매산 억새축제가 개최되니 가급적 축제기간은 복잡하니 피하고 더 조용하게 즐기고 싶으면 산청 방면의 미리내파크주차장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합천댐의 수려한 경관을 즐기고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과거로의 여행도 즐기고 신소양체육공원의 핑크뮬리도 한창이니 같이 한다면 합천여행이 더욱 풍성해지라 생각한다. 합천읍내의 ‘순할머니칼국수’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칼국수집으로 직접 면을 뽑는 현지인들의 노포 맛집이다.

황매산 억새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

 

경남 창녕 화왕산

화왕산은 경남 창녕에 위치한 산으로 봄이면 진달래군락지로 유명하고 가을에는 억새군락지로 유명하다. 1995년부터는 매년 2월에 억새태우기축제를 했는데 2009년 돌풍과 가뭄으로 인해 큰 화재로 번져 많은 인명피해를 남기고 축제는 6회 만에 폐지되었다. 화왕산은 가을에는 멀리서 봐도 산정상부가 은빛으로 바뀌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정상부에 평탄지에는 우물도 있고 방어에 유리한 지형이라 홍의장군 곽재우가 임진왜란 때 성을 쌓고 의병들과 함께 분전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화왕산 정상부를 ‘십리억새밭’이라 부르는데 그 면적만 6만여 평에 이르고 억새도 오래되어 크기도 성인의 키를 훌쩍 넘어간다. 십리억새밭은 화왕산성으로 둘러 쌓여 있고 그 밖은 대부분 급경사면이며 바깥 둘레는 거의 모두 진달래밭을 이루고 있다. 산정상부의 평탄면은 선사시대에 화산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산 높이는 756m라 크게 높지 않지만 경사가 좀 있어서 그리 만만히 볼 산은 아니다. 창녕읍내로 진입하는 자하골코스가 가장 짧아 많이 선호하고 거리가 짧으면 그만큼 경사는 더 급해지는 법이다. 등산시간은 등린이도 1시간 반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고 십리억새밭의 은빛 출렁임을 보려면 그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화왕산의 억새 역시 아름다워 드라마 '허준', '대장금', '미스터션샤인'의 촬영지가 되었다. 창녕을 찾는다면 람사르 생태습지인 우포늪과 산토끼 노래동산을 같이 들러 보시는 것을 추천하고 조선시대 냉장고인 창녕석빙고 관람 후 바로 옆 창녕시장의 ‘삼오식당’에서 지역전통음식인 수구레국밥(수구레는 소의 껍질과 근육층 사이의 아교질) 한 그릇  맛보기를 바란다.

화왕산 억새

 

경남 밀양 사자평과 울산 간월재

영남알프스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 있으신가? 경북 청도, 경주, 울산광역시, 경남 밀양, 양산의 접경지에 있는 1000m 이상의 7개의 산 또는 9개의 산을 통틀어 그 수려한 산세와 풍광이 유럽의 알프스에 견줄만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영남알프스이다. 특히 이 가을에는 밀양 재약산의 사자평과 울산 간월재의 억새평원이 억새의 은빛 물결로 장관을 이루어 등산객들을 불러 모은다. 사자평은 국내 최대의 고원습지로도 알려져 있고 역시 국내 최대의 125만 평 억새밭을 이루고 있다. 사자평을 오르는 가장 빠른 길은 표충사코스를 이용하면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가능하고 등산이 부담되면 얼음골로 이동해서 얼음골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사자평 억새밭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들어와 화전민 생활을 하다가 방치된 땅을 2010년부터 억새밭 복원사업을 통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간월재는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의 평평한 고개로 등산이라기보다 잘 만들어진 임도를 따라 걷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차량을 이용한다면 배내골 2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한국사슴농장에서 간월재까지 대략 6km를 걸으면 되는데 등산이 아니라 길 따라 걷는 코스라 시간은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주차장이 해발 600m이고 간월재 정상이 900m이니 큰 무리도 없는 코스이다. 간월재에 있는 간월재휴게소는 등반 후 먹는 컵라면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밀양 방면에서 온다면 얼음골과 호박소도 같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오늘 길이 울산 방면이면 간월산 아래 상북면에 위치한 ‘복순도가’에서 천연탄산이 풍부한 프리미엄 막걸리를 맛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간월재 억새평원

 

경남 양산 천성산

앞서 소개한 산들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전국 5대 억새군락지에 꼽히기도 할 만큼 수려한 천성산은 부산 바로 옆 양산에 위치한 지리적 위치로 인해 부산등산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정상부에는 원래 군부대가 위치해 있던 곳이라 정상까지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는 도로가 있는데 지금은 습지보전지역으로 생태계 복원으로 통제된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최단코스는 원효암코스로 원효암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30분이면 억새군락지에 도착하게 된다. 주차장이 해발 750m 정도이고 900m 정도에 억새군락지가 있으니 150m 정도만 올라가면 은빛의 일렁임을 즐길 수 있고 날씨만 좋으면 울산과 부산도 조망이 가능하다. 요즘은 천성산 정상부에서 백패킹을 하는 분들도 많을 만큼 탁 트인 경치가 좋은 곳이다. 천성산 아래에 위치한 홍룡사는 홍룡폭포가 바로 옆에 있어 비가 온 다음에 가면 쏟아지는 폭포수 옆 사찰의 미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천성산 아래 산골짜기에 위치한 ‘옛날옛적에’는 가성비 미국산 소고기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천성산 억새

 

마무리하며

경상도만 해도 분량이 많아 여기에서 정리하고 곧 나머지 지역의 억새명소로 인사드리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