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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백일간 붉은 꽃을 피우고 오랜 고택과 어울리는 배롱나무꽃 명소를 찾아서

by 바구님 2023.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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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잠시 나들이를 나섰는데 오랜 고택들 앞에는 어김없이 배롱나무들이 붉디붉은 꽃을 피우고 있어서 이렇게 글을 띄운다. 배롱나무는 무궁화와 같이 여름을 대표하는 꽃나무이다.

제목처럼 오늘은 배롱나무 명소를 소개해 드리려 한다. 백일 간 붉은 꽃을 피운다고 백일홍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꽃 하나하나가 이어서 계속 피어나서 백일동안 피어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오래 피는 것 같아 보인다. 백일홍은 두 가지가 있는데 낙엽교목인 이 배롱나무 백일홍 말고도 국화과에 속하는 백일홍도 있는데 구분을 위해서 배롱나무를 나무백일홍, 목(木)백일홍이라 부르기도 한다. 어원상 백일홍나무가 배기롱나무로 부르다가 배롱나무로 된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배롱나무의 고향은 중국 남부지방이라 추위에 약해 중부지방 이남에서만 자란다.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 당나라에서 자미화(紫微花)로 불린 것을 보아 보라색이 많았던 것으로 보이고 조선시대 기록에는 ‘자미화를 백일홍이라 한다’라는 문구가 있는 것을 보아 우리나라에는 붉은 꽃이 많았나 보다. 실제로 배롱나무꽃은 붉은(분홍)색이 대부분이지만 보라색과 흰색도 있다고 한다. 배롱나무의 또 다른 별명은 간지럼나무인데 줄기를 쓰다듬으면 나무 끝이 미세하기 떨리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이 또한 착각인데 나무에 그런 신경세포는 없기에 줄기의 흔들림이 나무 끝 잎에 전달된 것뿐이다. 배롱나무의 껍질을 보면 맨질맨질한 피부 위에 수피가 상처딱지처럼 붙어있고 잘 떨어지는데 속 수피가 부드러워 자꾸 만지게 된다. 그래서 희롱나무라는 별명도 있다고 한다. 원숭이가 많은 일본에서는 나무 타기 명수인 원숭이도 떨어질 만큼 미끄럽다고 ‘원숭이 미끄럼 나무’라는 별명도 있단다. 앞서 고택에서 보았다는 말했다시피 과거 우리 조상님들은 서원, 향교, 사찰 같은 곳에 많이 심으셨다. 지금이야 공원이나 아파트, 도로의 관상수로도 많이 심고 있지만. 경상북도에서는 도화로도 지정되어 있고 강릉은 시화로 지정되어 있다.

앞선 몇 가지 정보를 대입해 보면 남부지방 오래된 건물 인근에 명소가 많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이제 배롱나무꽃 명소들을 소개해 보겠다.

 

전남 담양 명옥헌 원림

나는 배롱나무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20년 전 2박3일간 담양일대를 일주여행 하면서 숙소를 여기 뒤에 잡았었는데 아침에 산책을 나섰다가 물안개 피어나는 작은 호수와 백일홍 가득한 작은 정원을 보고는 그 경관을 잊을 수 없어 지금도 거의 매년 담양을 찾는데 여름에는 꼭 찾는 곳이다. 명옥헌은 조선 중기 문인인 오희도가 산천을 벗하며 지내려 만든 정원의 정자이고 그 정원을 명옥헌원림이라 한다. 명옥헌(鳴玉軒)이란 이름은 물 흐르는 소리가 옥구슬 구르는 소리 같다 하여 붙여진 아름다운 이름이다. 담양은 가사문학의 고장이고 정자원림의 고장이다. 명옥헌, 소쇄원, 면앙정, 송강정, 환벽당, 독수정 등 많은 정자들이 담양에 있고 대부분이 지금의 광주천 주변에 있다. 광주천의 옛 이름은 배롱나무개울이란 뜻의 자미탄(紫微灘)이었는데 더운 여름 정자 그늘 아래 자미탄 계곡물소리와 배롱나무꽃을 보면 아마도 시와 노래가 절로 나왔을 거다. 명옥헌 원림에는 상지, 하지 두 개의 작은 연못이 있고 그 가운데 동그란 섬이 있고 연못 주위와 섬 안에는 배롱나무들로 가득하다. 그 나무들은 대부분 키가 4m를 넘어가는 고목들로 10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배롱나무꽃이 만개하는 8월 안개 낀 아침에 이 광경을 보게 된다면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시간만 된다면 여름날 안개 낀 아침에 가보시길 추천드린다.

담양에는 워낙 많은 맛집들이 있고 떡갈비와 국수거리가 유명해서 많이들 알고들 계실 거다.거기에 추가로 70년이 다 되어가는 노포 순대전문점 '청운식당'과 담양식 돼지갈비란 말을 만들어낸 '승일식당'을 추천드린다.

명옥헌원림 정자, 연못, 섬 그리고 배롱나무꽃

 

전남 강진 백련사

백련사는 통일신라시대에 창건한 고찰로 ‘동국여지승람’에서도 송백이 울창하고 동백도 곁들여져 수목이 사계절 절경이라는 구절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8천여 그루의 동백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동백에 가려져 배롱나무꽃은 다소 덜 알려졌지만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수령 100년이 넘은 배롱나무가 붉게 물들어 고찰과 어우러지는 풍경을 만나 보실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병에 걸려 그 아름다움이 아쉬웠다. 그리고 동백나무숲길을 따라 20여분 정도 걸으면 다산 정약용선생의 유배지 다산초당이 나오니 다산선생의 발자취를 같이 느껴보는 것도 좋다.

강진의 지리적 위치가 해남, 진도, 완도 가는 길에 있어 땅끝 방향으로 여행을 갈 때 경유 여행지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남도 한정식에 동쪽은 순천, 서쪽은 강진이란 말이 있는데 이 두 곳이 산과 들, 바다, 갯벌이 좋아 다양하고 신선한 음식재료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그 중 병영면의 '설성식당'과 '병영서가네'를 가성비 남도한정식으로 추천드리고 칠량면의 '청자식당'은 신선한 바지락회무침으로 유명하다.

백련사 만경대 안에서 보이는 배롱나무꽃

 

전남 화순 만연사

만연사는 이준기와 아이유가 주연해 출연한 ‘보보경심려’라는 드라마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한데 그만큼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란 거겠지. 사찰이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원이 아름다워 나들이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 여름이 대웅전 앞 배롱나무꽃과 담장에 능소화도 꽃망울을 터트려 가장 아름다울 때이다.

화순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은 곳인데 세계 최대 고인돌 유적지, 천불천탑의 신비의 운주사, 수십년 간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화순적벽 등이 필수 코스이다. 식사는 50년 노포인 '화성식육식당'의 생고기비빔밥과 엄청난 맛과 양에다가 피자까지 주는 닭칼국수 맛집 '화순집'을 강력하게 추천드린다.

만연사 배롱나무

 

전남 순천 송광사

송광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 중 하나로 유명하고 중요한 사찰이다. 삼보(三寶)란 불교의 신행 귀의대상인 불(佛-부처님의 진신사리), 법(法-대장경), 승(僧-16명의 국사 배출) 이 세 가지 보물로 불보사찰은 양산 통도사, 법보사찰은 합천 해인사, 승보사찰은 순천 송광사가 해당되며 이곳들을 삼보사찰이라고 부른다. 송광사는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한 큰스님들과 16명의 국사를 배출하여 승보사찰이 되었다. 곳곳에 오래된 배롱나무들이 여름이면 꽃을 피우는데 앞서 소개드린 사찰들과 마찬가지로 고찰과 배롱나무꽃의 만남이 환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송광사가 있는 조계산 아래에는 또 하나의 명사찰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작가이신 유홍준교수가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칭송한 선암사가 바로 그곳이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산길을 따라 두 사찰이 연결되어 있으니 고려해 볼만하다.

송광사는 순천땅이지만 순천시내에서는 꽤나 거리가 떨어져 있어 식사는 시내가 아닌 외곽지역을 추천린다. 월등면에 위치한 '송치마을'은 돈까스와 수제비로 유명한 산속 맛집이고 황전면에 위치한 '형제식육식당'은 꽃삼겹살 하나로 지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이다.

송광사 고찰과 배롱나무의 만남

  

전북 고창 선운사

선운사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사찰로 고창인근을 가면 꼭 찾는 곳이다. 송창식의 노래 ‘선운사’ 가사에는 동백꽃을 구구절절 노래하듯이 동백숲이 유명하고 봄이면 벚꽃 여름에는 배롱나무꽃, 가을에는 꽃무릇과 단풍, 겨울에는 설경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신라 진흥왕 대에 창건했다는 설이 있을 만큼 오랜 사찰로서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고 이 절에 속한 암자가 현재는 4개지만 예전에는 50개나 되었다고 한다. 사찰주차장에서 경내에 이르는 길을 따라 도솔천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그런 곳이다.

볼거리가 많은 만큼 먹을거리도 많은 곳이 고창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선운사 인근에는 풍천장어를 파는 음식점들이 상당히 많다. 맛과 가격은 다 비슷하지만 그 중 하나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나는 ‘장어파는 부부’를 추천한다. 가격도 다른 곳보다 저렴하지만 신비로운 바위산인 병바위가 배경으로 있어 뷰맛집 이기도 하다.

선운사 배롱나무

 

경북 경주 서출지와 종오정일원

서출지는 전설이 하나 있는데 신라 소지왕이 궁 밖 행차를 했는데 쥐와 까마귀가 나타난 이 연못까지 따라가니 한 노인이 나타나 거문고갑을 쏘라는 글을 전했고 궁으로 돌아와서 거문고갑을 활로 쐈더니 몰래 숨어 잠입해 들어온 궁주와 승려가 화살을 맞고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글을 전해준 못이라 해서 서출지(書出池)라고 한다. 7~8월 두 달간은 연못 가운데는 연꽃이 풍성하고 연못 둘레길에는 배롱나무가 붉게 물들어 하늘에서 보면 붉은 동그라미가 연못을 둘러싸고 있다. 경주시내에서 불국사 가는 길 가운데쯤 있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조용히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종오정 역시 보문단지 뒤에 조용한 곳으로 연꽃과 배롱나무꽃이 어우러진 여름 경주 명소로 숨은 비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무더운 여름 경주를 찾으신다면 부산을 능가하는 자랑하는 밀면 맛집이 여럿 있는데 나의 최애 밀면집인 '불국사밀면'과 '경주밀면본점'을 추천드린다. 이 두 곳은 맛도 있지만 불고기가 서비스로 나와 밀면의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 주는 신박한 곳이다.

이요당과 서출지 그리고 배롱나무꽃

 

경북 칠곡 왜관 가실성당

지금까지 배롱나무들은 사찰, 향교 등 전통가옥들과 함께 했는데 이번엔 서양식 건축물인 성당과 함께인 곳이다. 주차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아름답기 시작한다. 가실성당은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경북 유형문화재로도 지정되어 있고 이 인근이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전투가 치열했던 곳이었음에도 야전병원으로 사용되어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하나님의 보호가 있었을까? 가실성당이 위치한 왜관은 낙동강전투로 유명한 곳으로 칠곡군을 호국의 고장이라 부른다.

왜관을 찾으신다면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을 방문하시기를 추천드리고 지금도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양식이 발달했는데 '한미식당'은 우리 입맛에 맞는 햄버거, 시내소(슈니첼), 코던블루 등으로 유명하다.

성당과 배롱나무가 이상하게 조화롭다.

 

경북 안동 병산서원

2019년 ‘한국의 서원’ 9개소가 한국의 교육과 관습으로 지속되어 온 성리학의 문화전통을 유지한 역사적 과정을 잘 보여준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 9곳은 경북 영주 소수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대구 도동서원, 경남 함양 남계서원, 전북 정읍 무성서원, 전남 장성 필암서원, 충남 논산 돈암서원이다. 병산서원 인근에 안동 하회마을이 있는데 하회마을이 먼저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하회마을 일원으로 병산서원이 등재되었다가 또 한국의 서원으로 등재가 되었으니 2중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물론 하회마을 인근에 있으니 서애 류성룡선생과 관계가 있는 서원이다. 병산서원은 역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 곳이지만 여름에 방문하면 앞에 펼쳐진 시원한 낙동강과 절벽 그리고 서원의 배롱나무꽃은 병산서원을 더욱 빛나게 하는 존재들이다.

안동시내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식사는 맛집 많은 안동시내에서 하시는 게 맞을 것 같다. 많은 집들이 있지만 여름이니까 시원한 면요리로 추천하겠다. 현지인들 아니면 잘 모르는 곳으로 추워지면 문 닫고 콩국수만 파는 '옛날집콩국수'와 냉우동으로 유명한 '신선식당'을 추천드린다.

병산서원과 배롱나무꽃

 

대구 달성군 도동서원

앞서 소개드린 ‘한국의 서원’ 중 한 곳으로 조선 성리학을 이끈 동방오현(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 중에서도 으뜸이라 칭송받는 한훤당 김굉필을 모신 곳으로 ‘도동’이란 말도 퇴계 이황이 김굉필을 두고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고 하여 극찬하며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가을에는 서원입구의 큰 은행나무가 서원을 빛내 주는가 하면 여름에는 서원입구에 줄 서있는 배롱나무꽃이 서원을 더 돋보이게 해 준다. 개인적으로는 서원철폐령, 유교, 성리학이 과연 우리에게 좋은 영향만 주었는가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그냥 역사와 문화로 보고 넘어가려 한다.

바로 인근 현풍읍에는 유명한 현풍할매곰탕과 현풍닭칼국수의 본점이 있는 곳이다.

도동서원과 배롱나무꽃

 

충남 서산 개심사

개심사는 서산시 운산면 상왕산에 위치한 사찰로 백제 의자왕 시기에 백제의 승려 혜감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역사 깊은 곳이다. 개심사는 역사도 역사지만 워낙 아름다운 사찰로도 유명한 곳인데 4월 초에는월초에는 겹벚꽃으로 유명하고 4월말이면 이름조차 생소한 청벚꽃이 피어나고 여름에는 배롱나무꽃으로 붉게 물들고 가을에는 단풍으로 또 다른 붉음을 보여주는 곳이 개심사이다. 배롱나무는 수령이 오래되면 가지가 구부정하니 안쓰러우면서도 아름다운데 여기 배롱나무가 그러하다.

인근에는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읍성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해미읍성이 있어 같이 보시면 좋으실 것 같고 읍성 인근 '영성각'이라는 중국집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짬뽕맛집으로 알려져 있어 중화요리 마니아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코스이다.

개심사 배롱나무꽃

 

충북 영동 반야사

반야사는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위치한 크지 않은 사찰이지만 원효대사의 제자 중 한 분이 신라 성덕왕 대에 창건한 역사 깊은 천년고찰이다. 조선시대 세조와 얽힌 사연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 법회 후 반야사를 들렀는데 문수동자가 나타나 가까운 곳에 약수샘이 있으니 목욕하기를 권했고(세조는 피부병이 있었음) 그를 따랐는데 병이 나아서 문수동자와 만난 것을 글로 남겼는데 그 글이 현재도 보관 중이라고 한다. 전설이 서려 있는 이곳에는 그 전설만큼 유명한 것이 있는데 바로 수령이 500년이 넘은 배롱나무가 있어 이 여름 반야사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준다.

절 앞 계곡은 석천계곡이고 이 계곡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월류봉이 나오는데 너무나 절경이라 KBS 장수 프로그램 ‘1박2일’의 제1회 촬영지이기도 하다. 식사는 고속도로 IC가 있는 황간에서 올갱이국이 유명한 '안성식당'이나 유니짜장으로 전국 면류 마니아들을 모으는 '덕승관'을 추천드린다.

반야사와 배롱나무

 

<백 일 홍> 도종환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도종환 시인은 관찰력이 상당히 좋았던 것 같다. 하나의 꽃이 백일을 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꽃이 수없이 피고 지기를 백일동안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다니……

불교에서는 배롱나무 껍질이 자주 벗겨지는 것을 보고 세속의 욕망과 번뇌를 씻어내라는 뜻으로 오래전부터 사찰에 배롱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하고 유교에서는 한 여름 내내 붉은 꽃을 피우는 모습에서 정열적인 삶을 동경한 선비들이 배롱나무를 만당화(滿堂花)라 부르며 서원과 고택 곳곳에 심었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 답답한 도시를 떠나 역사공부도 할 겸 붉은 배롱나무꽃이 만발한 사찰과 서원으로 떠나 보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