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지난 주말 순천 탐매마을을 다녀오는 길에 구례를 지나서 왔는데 곳곳에 산수유꽃에 올라오는 것을 보았고 어제도 대구시내 경상감영공원에서 산수유꽃이 반 이상 개화한 것을 봐서 또 생각나서 글을 써내려 본다. 산수유는 우리나라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 주로 약용수로 재배하였고 예전에는 농가의 수입원으로 좋았지만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라 인력이 부족한 시골에서는 예전처럼 수확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요즘은 꽃이 피는 계절과 열매가 빨갛게 익는 계절에는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어 지역사회에 새로운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오히려 과실을 따기 위해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경관농업 관광용으로 관리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의성 산수유마을은 내 외갓집이 있는 동네라 외삼촌께 여쭤보니 경관을 위해서만 과실도 따고 계절별로 관리한다고 한다. 산수유는 물을 좋아하는지 산수유마을들을 가보면 모두 개천을 따라 나무가 심어져 있고 꽃이 필 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노란 구렁이가 구불구불 누워있는 듯한 모습이 장관이다. 늦가을 잎이 떨어지고 열매만 남게 되면 빨간 구렁이로 바뀌게 된다. 전국 3대 산수유마을이라고 하면 구례, 의성, 이천 이 세 곳을 주로 말하는데 오늘은 이 세 곳과 남원까지 네 곳만 소개하도록 하겠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마을(산동마을)
구례는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전국 최대의 산수유군락지를 가지고 있다. 약 1000년 전 중국 산동성에서 살던 처녀가 지리산 아래 이 마을로 시집을 왔는데 그때 산수유나무를 가져와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산수유는 일일이 입으로 씨와 과육을 분리하는데 어릴 때부터 이 작업을 반복해서인지 산동처녀들은 앞니가 많이 닳아 쉽게 알아볼 수가 있었다 하고 몸에 좋은 산수유를 평생 입으로 깠으니 산동처녀와 입맞춤만 해도 보약의 효과가 있다고 해서 며느리로 서로 들이려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올해는 3월 9일~17일에 축제가 예정되어 있고 그때가 가장 피크일 것으로 예상된다. 마을의 젖줄인 서시천을 따라 양쪽으로 늘어선 산수유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오는 산동마을은 여러 개의 산책코스를 만들어 걷기 좋은 곳이다. 모든 코스를 다 돌아보면 5시간 이상 걸리니 포토존과 전망대 위주로 보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구례읍내에는 돼지족발을 이용한 족탕과 가오리찜으로 유명한 ‘동아식당’이라는 토속음식점을 파는 노포가 있는데 끈적끈적한 족탕에 라면 끓여 먹었던 기억이 소록소록 난다. 다른 음식도 다 맛있으니 구례를 찾는다면 추천드리는 식당이다.
경북 의성군 사곡면 산수유마을(화전리-숲실마을)
다음은 나의 고향인 의성이다. 여기는 마을이름부터가 숲실이고 꽃밭(화전)이다. 이름에서부터 좋은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가? 마을 입구에서부터 골짜기 깊숙한 산자락까지 수령이 300년이 넘은 산수유나무 3만여 그루가 실개천을 따라 4km 가깝게 늘어져 있고 개천을 따라 걷다가 보면 또 다른 의성의 명물인 마늘의 새싹이 올라오는 시기랑 겹쳐 마늘의 초록과 산수유꽃의 노랑이 조화를 이뤄 장관이 펼쳐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매년 이맘때와 늦가을 나뭇잎이 떨어지고 열매만 남아있을 때 찾는데 매번 방문해도 신선하고 눈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손예진이 나오는 NH농협생명 광고도 이곳에서 촬영되었는고 영화 '리틀 포레스트'도 이곳에서 촬영되었는데 그곳은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의성은 상당히 추운 동네라 아직도 영하의 날씨를 보이고 있고 구례보다 항상 1~2주 늦게 개화하는데 올해 축제 일정은 3월 15일~24일까지 이니 일정에 참고하기 바란다. 의성읍내 의성전통시장에 위치한 ‘11번 할머니닭발’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닭발집으로 연탄불에 직화로 구운 닭발과 닭목, 똥집 등을 맛볼 수 있고 손수 만든 국수, 묵, 비빔밥도 맛나고 가성비 충만한 식당이다.
경기 이천시 백사면 산수유마을
이천시 백사면 일대에는 수령 100년 이상의 산수유가 1만 7천여 그루 군락을 이루고 있고 송말리, 도립리, 경상리, 조읍리 등 원적산 자락에 많이 자라고 있다. 그중 도립리는 마을 전체가 산수유마을로 덮인 전국적인 산수유 산지이다. 경사리는 벽화마을로 온 동네를 예쁘게 꾸며 놓아서 축제장을 방문하면 벽화마을도 방문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백사면 도립리에는 조선 중종 기묘사화 때 난을 피해 낙향한 남당 엄용순이 건립한 ‘육괴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당대 유명한 선비들 여섯 사람이 한 그루씩 느티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때부터 산수유나무를 심었고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선비들이 심기 시작했다고 선비꽃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축제일정은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부발읍에 위치한 ‘청학동식당’은 허영만화백의 만화 ‘식객’에 등장했던 식당으로 이천쌀밥 한정식으로 유명한 곳이니 이천을 방문했다면 이천쌀밥 한 상을 먹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전북 남원시 주천면 산수유마을(용궁마을)
남원 주천면 용궁마을은 3대 산수유마을에는 들지 않지만 그들 못지않게 아름다운 곳이라 추가해서 넣었다. 우리나라 3대 철쭉군락지인 지리산 바래봉 인근에 위치해 있어 경치가 뛰어나고 구례와는 행정구역은 전남, 전북으로 갈라져 있지만 산 하나 너머에 위치해 있어 산동마을과 함께 보아도 괜찮은 곳이다. 동네 이름의 유래는 산수유꽃이 피는 봄이면 바닷속 용궁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용궁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해발 1000m가 넘는 지리산 영재봉 기슭에 위치한 용궁마을은 수령이 50년 이상 된 수백 그루의 산수유와 돌담길, 시골의 논밭들, 신라 진성여왕 시기에 심었다는 산수유나무가 뷰포인트이다. 용궁마을 산수유꽃축제는 3월 16일부터 3월 25일까지 예정되어 있다. 남원은 전라도식 추어탕으로 유명한 고장이고 남원의 명소인 광한루 인근에는 많은 추어탕집이 있다. ‘3대 원조할머니추어탕’, ‘부산집’, ‘현식당’ 등 알려진 식당들이 있으니 남원을 방문했다면 남원명물인 추어탕 한 그릇 맛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마무리하며
산수유의 꽃말은 지속, 불변으로 영원불멸의 사랑을 의미한다고 한다. 화사한 봄날 사랑하는 가족, 연인과 함께 영원한 사랑을 더 쌓기 위해 노란 산수유꽃의 매력 속으로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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