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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배롱나무꽃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 안동 병산서원

by 바구님 2023.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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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배롱나무꽃 아름드리 피어난 병산서원이 위치해 있다. 배롱나무는 백일홍이라고도 하는데 화초백일홍과 구분하기 위해 목(木) 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다. 백일동안 붉은 꽃이 피어 백일홍이고 서원이나 사찰에 유독 배롱나무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백일 간 마음을 정화하고 학문을 갈고닦으라는 뜻에서 심었다고 한다. 병산서원에는 입구에서부터 배롱나무들이 반겨주지만 뒤뜰에 가보면 400년 수령이 된 배롱나무도 볼 수 있다.

서원은 선현을 제향하고 지방의 사립교육기관의 역할을 했으며 물론 크게 강학을 담당하는 공간과 제향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한국의 서원 9곳은 문화적 전통 또는 현존하거나 소멸된 문명과 관계되면서 독보적이거나 특출한 증거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기준에 부합되어 2019년에 등재되게 된다. 그 유네스코 등재 한국의 서원 중 하나이며 병산서원은 풍산 류 씨의 집성촌인 하회마을에 접해 있어서 조선 중기 명재상 서애 류성룡의 출신지이기도 해서 류성룡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서애 류성룡이 서당을 이곳으로 옮기며 시작되었고 그의 사후 제자들이 그를 모시는 사당을 세우며 정식 서원이 되었다. 영주 소수서원, 안동 도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대구 도동서원과 함께 5대 서원에 꼽히고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살아남은 47개 서원 중 하나이다. 모든 서원들이 강이나 계곡물을 끼고 산은 등지고 있듯이 병산서원 역시 바로 앞에 절벽을 병풍처럼 두른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경주 옥산서원과 함께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서원으로 손꼽는다. 그리고 이 두 서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중복으로 등재되어 있다. 2010년에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우리나라의 민속마을을 대표해서 우리나라에서 10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그때 병산서원은 하회마을 일원으로, 옥산서원은 양동마을 일원으로 등재가 되었다. 그리고 9년 후 2019년에 앞서 이야기한 9곳의 '한국의 서원'에 포함되어 병산서원과 옥산서원은 세계문화유산 2관왕이 되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서원은 강학공간(강당)과 제향공간(사당)으로 나누어지는데 서원 밖에서 강당으로 들어가는 문을 외삼문, 강당에서 사당으로 들어가는 문을 내삼문이라고 한다. 이 외삼문인 복례문 좁은 문을 들어서면 큰 건물이 눈앞을 막아서는데 여기가 병산서원의 핫플레이스 만대루(晩對樓)이다. 만대루는 병산서원의 센터를 맡고 있고 서원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만대루 아래를 지나야 하는데 만대루를 받치고 있는 그 기둥들이 예술적이다. 그리고 만대루 아래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병산서원 안마당이 나오고 본관이 나오며 바깥세상과는 다른 안쪽세상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의미 때문인지 만대루를 세계적인 건축가들도 높이 평가한다고 들었다. 만대루를 지나면 눈앞에 보는 건물이 입교당인데 지금으로 치면 교무실, 교장실과 교실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입교당 좌우에는 지금의 기숙사에 해당하는 곳인 동재와 서재가 있다. 입교당 마루에 앉아 옛날 선생님의 입장에서 내려보면 서원 전체가 눈에 들어오니 통제하기 딱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입교당 뒤 서원에서 가장 높은 곳에는 사당이 위치하고 있다. 400년 수령의 배롱나무도 사당 앞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시대에 공부도 잘해야겠지만 풍류를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선비인 것 같다. 거기에 배롱나무들이 담벼락 곳곳에서 자극을 주니 어찌 시 한 수가 읊어지지 않았을까? 다소 아쉬움이 있다면 아직도 병산서원 가는 길이 비포장도로라 진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삭막한 아스팔트보다 운치가 있을 수도 있지만 지자체에서 조금만 더 신경 써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하회마을을 찾으신다면 부용대와 병산서원은 꼭 방문해 보시길...... 그리고 시간만 되신다면 국내 최고(最古) 목조건물인 봉정사 극락전이 있는 봉정사도 추천드린다.

 
 

(2023년 8월 12일 사진)

배롱나무에 가려 병산서원이 퇴색될까 아쉬울 정도
400년 된 배롱나무
서원의 센터를 맡고 있는 입교당. 입교당 뒤 창으로 사당이 보인다. 입교당의 오른쪽이 오늘날의 교장실, 왼쪽이 교무실이다.
병산서원 현판이 걸려있는 입교당에서 관광객들이 더위를 식힌다.
입교당에서 전사청으로 넘어가는 작은 문과 배롱나무
가장 뒷 건물 사당과 배롱나무 노목들
전사청과 배롱나무
서재 옆 담장과 어울리는 배롱나무
이 모습을 보려고 많은 이들이 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온다.

 

 

병산서원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서원들. 9곳 모두 서원 앞에 가면 이 알림석이 서 있다.
병산서원의 연혁과 설명
세계문화유산 '한국의 서원'
서원 초입에서 한 컷
서원 입구 복례문
서원의 핵심이자 가장 큰 건물 만대루. 건축학적으로도 워낙 빼어나 국내외 건축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입구 왼쪽 옆 작은 연못과 그 안의 작은 섬도 모두 의미가 있다.
만대루를 지탱하고 있는 기둥들
입교당에서 바라 본 만대루. 앞에 병풍같은 산과 낙동강이 흐른다.
만대루, 낙동강 전경. 마당의 좌우에 매화나무가 만대루를 더 돋보이게 해준다.
병풍같은 산이라 하여 병산
낙동강과 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