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오면 큰 키에 환한 얼굴로 태양을 바라보며 노오란 미소를 보내는 듯한 해바라기가 가득한 명소들을 소개하려 한다. 우리말로 해바라기는 말 그대로‘해를 바라다’ 또는 ‘해를 바라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알고 보면 사실과는 다르다고 한다. 꽃봉오리가 피기 전에는 해를 향해서 방향을 바꾸는 건 맞는데 꽃이 다 핀 후에는 그대로 있다고 한다. 식물에서 광합성을 담당하는 엽록소는 녹색을 띠고 노란 꽃에는 광합성 기능이 없으니 해를 바라보지 않는 게 맞지 않을까? 하지만 사실이야 어찌 되었든 세상사는 모든 이들이 보는 눈은 비슷한가 보다. 영어에도 'Sunflower'이고 독일어도 'Sonnenblume', 다른 언어들도 거의 해와 꽃을 나타내는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꽃말도 해만 바라보듯이 ‘일편단심’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해바라기에 대한 오해, 기름을 짜기도 하고 중국사람들이 주전부리로 잘 먹는 해바라기씨는 사실 씨가 아니라 열매라고 한다. 꽃도 태양처럼 생긴 큰 테두리꽃이 하나가 아니라 그 안에 작은 노란 꽃이 수백수천 개가 있어 그 꽃이 지고 그 안에 열매를 맺어 빽빽하게 씨가 차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북아메리카가 고향인 이 꽃은 큰 크기를 보면 여러 해 자라는 것처럼 알 수 있지만 한해살이풀로 봄에 식재한 것이 여름이면 그렇게 커져서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수확하는 단년생이다. 해바라기는 관상용으로도 많이 키우지만 주목적은 우리가 해바라기씨라고 부르는 그놈을 얻기 위함이 더 크다고 한다. 씨앗은 기름을 짜고 간식, 사료용으로 많이 쓰이는데 원산지인 아메리카대륙에는 원주민들이 기원전 2600년경에도 해바라기를 재배한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해바라기씨유는 러시아에서는 중요한 식용유로 쓰이고 구. 소련에서는 국화였다고 하고 형제국(?) 우크라이나에서는 지금도 국화라고 한다. ‘해바라기’라는 제목의 영화도 있다. 물론 김래원(오태식 분 – 명대사 “나다. 이 10새끼야.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주연의 우리나라 영화 '해바라기'도 유명하지만 1970년대 만들어진 2차 세계대전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있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무솔리니의 군대에 징집되어 전쟁터로 끌려간 남편이 우크라이나 돈강 근처에서 낙오가 되었다는 말을 들은 여주인공(소피아 로렌)이 남편을 찾아 나서는 내용인데 (난 못 봤지만.....) 거기서 우크라이나의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평원이 중요 장면으로 나온다고 한다. 아마도 그 씬으로 인해서 영화제목이 해바라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전쟁의 슬픈 내용을 안고 있는 해바라기이지만 여럿이 모여 있을 때는 그 아름다움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다. 그럼 우리나라의 해바라기평원들을 찾아 떠나볼까?
경남 함안 강주해바라기마을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 4길 37)
경남 함안군 법수면에 위치한 강주마을은 양귀비, 샤스타데이지, 유채꽃, 수레국 등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기로 유명한 악양둑방과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다. 매년 7월이면 해바라기축제가 열리는데 벌써 11회(2023년)를 맞이하고 강주마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성한 해바라기밭이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해바라기밭 전체 면적은 37,000m2로 작년보다 거의 2배 이상 커진 면적으로 지역 농특산물 판매와 체험, 공연도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입장료는 2000원으로 알고 있는데 기업적으로 조성해서 만원 이상 징수하는 곳에 비하면 시골인심이 귀엽지 않은가? ㅎㅎ
법수면은 함안군이지만 의령읍내가 더 가깝다. 식사로 의령에서는 의령 삼대먹거리인 망개떡, 소바(화정소바, 다시식당, 의령소바), 소고기국밥(종로식당)을 추천드린다.
경남 양산 황산공원 (경남 양산시 물금읍 증산리 1141)
부산 인근 동네인 양산시 물금읍 낙동강가에 위치한 황산공원은 봄이면 튤립, 양귀비, 안개초 여름이면 해바라기 가을에는 댑싸리와 코스모스로 양산을 대표하는 힐링명소로 알려져 있다. 캠핑장도 운영하고 있어 가족단위 캠핑족들에게도 훌륭한 장소이고 지방 대도시인 부산, 양산, 김해도 가까운 거리에 있어 도시의 찌든 피로를 가까운 곳에서 털어버리기 좋은 곳이고 낙동강 동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낙동강으로 넘어가는 석양이 아름다운 노을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인근에 수궁횟집은 (수궁해물이랑) 1인 13,500원에 회를 맛볼 수 있는 극가성비 횟집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노포이다.
경남 거창 서덕공원 (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 527-1)
거창군 위천면에 위치한 서덕공원은 다소 엉뚱한 산골짝 시골마을에 위치한 곳으로 등산객들에게 유명한 기백산과 금원산 바로 아래 동네이다. 시골마을답게 별도의 입장료도 없지만 주차장도 없는 게 없겠지. 한여름이면 개인적으로 매년 금원산휴양림 계곡을 찾는데 인근에 물놀이장소로 유명한 수승대도 위치하고 있어 겸사겸사 오셔도 좋고 대구나 부산 방면에 계시는 분들은 무주나 덕유산을 갈 때 들러도 좋을 듯하다. 병풍처럼 서있는 금원산을 배경으로 한 해바라기밭이 다른 곳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곳이다.
먹거리로는 면소재지 큰 길가에 있는 마리반점의 양파쟁반짜장을 적극 추천한다.
경북 경주시
경주는 뭔들 안 예쁠까? 경주에는 해바라기밭도 많단다. 여러 곳을 열거해 드릴 테니 이 여름 경주를 찾으신다면 한 곳 정도는 들러 보시는 게 어떨까?
- 첨성대 인근 경주역사유적지구 + 경주동부사적지 (경북 경주시 인왕동 831-6) : 첨성대 근처는 봄부터 가을까지 꽃들이 쉴 틈이 없지~
- 남천 월정교 인근 (경북 경주시 교동 174) : 월정교는 야경도 아름답지만 낮에 그 앞 들판에는 해바라기들이 장관이다.
- 바실라카페 (경북 경주시 하동못안길 88) : 보문단지와 불국사 사이에 있는 하동지 앞 카페 바실라 뒤뜰에는 저수지를 배경으로 해바라기가 가득하다. 일부러 꽃 보러 가기 싫으시면 차 한 잔 하시면서 즐기시길…..
경북 상주시 신상리 (경북 상주시 낙동면 신상리 1159)
이곳은 내 고향과 가까워서 아는 곳인데 여기도 생뚱맞은 위치에 해바라기밭이 조성되어 있고 따로 주차장도 없어 길가에 잠시 주차하고 얼른 즐기고 길을 나서야 할 거다. 주소는 네비에 ‘경북 상주시 낙동면 신상리 1159를 찍고 찾아오면 된다. 인근에 상주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경천대, 자전거박물관, 경천섬,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상주국제승마장 등이 있으니 이곳들을 메인으로 해서 지나는 길에 눈요기용으로 들리시길 추천드린다.
먹거리로는 돼지고기석쇠구이로 60년을 넘게 자리 잡고 있는 부흥식육식당이 인근에 있는데 줄을 길게 서야 할 수도 있으니 점심 피크시간대를 피하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
경북 포항 호미곶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보리 232-5)
봄이면 유채꽃들로 만발한 호미곶광장 인근에 여름에는 유채를 밀어내고 해바라기가 가득하고 그 뒤에는 메일꽃밭이 들어설 예정이다. 왠지 고창 학원농장의 청보리 – 해바라기 – 메밀꽃 패턴과 비슷한데...... 이제는 지역마다 계절별로 다채로운 경관을 즐기도록 이렇게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유행하나 보다. 이곳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노란 해바라기 물결이랑 푸르른 동해바다가 함께한다는 것이 가장 크다.
간단한 식사로는 구룡포지역 토속음식인 해물칼국수 모리국수의 원조 '까꾸네모리국수'를 추천하고 구룡포초등학교 앞 '철규분식'의 단팥죽, 찐방, 국수도 간단한 요기거리로 안성맞춤이다.
강원도 태백 구와우마을 (강원도 태백시 구와우길 38-20)
아마도 가장 오래된 해바라기축제 지역이 태백이 아닐까 하는데 10년 전쯤 구와우마을을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해바라기밭이라는 문구가 기억난다. 올해로 벌써 19회째 해바라기축제를 맞이한다고 하니 해바라기로는 가장 알려진 곳이 아닐까 한다. 구와우(九臥牛)마을은 배부른 9마리 소가 누워있는 형상을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해발 800~900m에 위치해 있어 다른 곳보다 꽃이 피는 시기가 다소 늦어 올해(2023년) 축제는 7월 21일부터 8월 15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해발 800m라고 하면 엄청 많이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태백시내가 이미 기본 해발 600m에 위치해 있어서 별로 높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가 태백시내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0만 평의 고산지대에서 백만 송이 해바라기, 300여 종의 야생화와 함께한다면 이 여름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추억이 되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35도가 넘어가는 무더운 대구에 있다가 아무리 더워도 30도가 넘지 않아 에어컨도 안 팔리는 시원한 태백에 가니 그냥 시원해서 좋았지 뭐 ㅎㅎ 조금만 더 올라가면 삼수령이라는 국내 유일의 비가 오면 동해, 남해, 서해 모두 갈라지는 분수령(分水嶺)이 있고 그 옆 매봉산 아래 고랭지배추밭은 풍력단지와 함께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이 광경을 보면 배추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먹거리로는 구와우마을 입구에 구와우순두부도 추천하고 태백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물닭갈비도 추천한다.
전북 고창 학원농장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길 154)
학원농장이 있는 고창군 공음면 인근에 들어서면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낮은 구릉지역이 많이 나타난다. 물론 지역에서는 그 구릉들을 이용해서 목장이나 농장 등으로 활용하는데 학원농장의 경우 예전에는 여러 작물을 키워 수확을 하였지만 조금씩 농촌관광사업을 추진하다가 지금은 관광이 주력인 경관농업에 전념하고 있다. 학원농장은 원래 청보리밭이 가장 유명해서 11월에 파종 후 유채꽃과 함께 청보리로 인파를 모으다가 6월이면 수확을 한다. 그리고 8월에 메밀을 심는데 요즘은 장마로 인해 메밀을 늦게 심어 중간에 비는 기간 동안 해바라기를 심게 되었는데 그게 또 다른 수익과 관광자원이 되어 대박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외에도 워낙 사계가 아름다운 곳이니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도 캐스팅된 장소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도깨비, 웰컴투동막골 등이 촬영되었고 특히 도깨비 촬영지에 가면 줄 서서 사진 찍는 풍경을 볼 수도 있다. 그늘도 없이 더운 곳이니 가급적 선선한 아침이나 오후 늦게 가는 게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좋다.
고창하면 풍천장어로 유명한 장어요리를 안 먹을 수 없는데 ‘장어파는부부’가 가성비와 경관에서 압도적인 곳이었다. 가성비도 좋지만 국가지질공원으로 선정된 '병바위' 뷰는 잊혀지지 않는다.
경기도 연천 호로고루성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1257-1)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에 위치한 호로고루성은 고구려의 남하정책에 필요했던 성으로서 삼국시대에는 임진강을 호로하라고 불렸는데 호로하 근처에 있는 성이라는 뜻으로 호로고루성이라 불렸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이 인근은 서울과 개성, 평양을 잇는 가장 빠른 육상교통로로 삼국시대에도 중요한 요충지였을 것이고 임진강방어선의 주요 거점이었을 거다. 그 중요했던 성터가 이제는 세월의 풍파를 맞아 어느 정도 흔적만 남아있고 그 앞 벌판에 봄에는 청보리가, 여름에는 해바라기가 넘실대는 곳으로 바뀌었다. 삼국시대에도 군사적 요충지였지만 지금도 이 인근에는 군부대가 많다. 물론 인근에서 군생활을 하신 분들도 많으실 테고 (나 또한 이 인근으로 탱크 끌고 다녔었다). 우리나라 고대역사와 군시절 추억을 생각하며 방문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고 연천, 철원, 파주 같은 전방 동네에는 지자체에서 안보관광도 운영하니 참여하면서 같이 들러 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연천의 대표 먹거리로는 전국에 체인점이 많은 '망향비빔국수'의 본점이 바로 연천군 청산면에 있으니 지나는 길에 비빔국수의 진수를 느끼셔도 좋을 듯하다.
해바라기는 사실 큰 문제없이 잘 자라는 작물이라 많은 곳에 식재되어 있지만 내가 모르는 곳도 있을 것이고 입장료가 과다한 곳은 생략하였으니 양해 바란다. 보통의 꽃들은 생화가 인기가 많지만 해바라기는 너무 빨리 시들어 버리는 특성이 있어 그림과 사진이 인기가 있는 꽃이다. 아마도 가정집이나 사무실 같은 곳에 해바라기 그림이나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을 본 경험이 대부분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해바라기가 부와 재물운이 있다는 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풍수학적으로도 그림이나 사진을 걸어 두면 밝은 에너지와 활력을 준다고 하니 분위기도 살리고 많이들 해바라기그림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한여름 무더위가 오기 전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노오란 해바라기를 눈에 담으러 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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