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집

내 최애 닭발집 불향 그윽한 의성 할매닭발

by 바구님 2023. 8. 16.
728x90

몇 달 전 백종원의 유튜브 채널 '님아 그 시장을 가오'에서 군위시장 닭발집이 나와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이전부터 군위가 먼저냐 의성이 먼저냐 논란이 있었고 의성출신들과 군위출신들은 서로 우리 고향이 먼저다고 우긴다. 내가 알기론 의성이 더 빠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또한 내가 의성출신이니 그런 건가? 어쨌거나 의성전통시장에는 닭발을 주종목으로 한 식당들이 몇 곳 있었고 군에서 시장정비사업을 하면서 '의성전통시장 먹거리골목'을 따로 건물 한 동 마련해 주었다. 골목 근처만 가도 연탄불에 닭발 굽히는 향이 진동을 한다. 이 냄새를 맡고 어찌 지나칠 수가 있는가?

내 단골집은 할매닭발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자주 갔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처음이다. 그 맛은 변함이 없이 잘 지켜지고 있는데 4000원 하던 묵, 보리밥은 6000원으로 3000원 하던 잔치국수는 5000원으로 각 2000원씩이나 올랐다. 그러나 그걸 탓할 수는 없다. 물가도 많이 올랐고 원래 가격이 너무 저렴했으니..... 그래도 메인인 닭발, 목살, 똥집 가격은 그대로 유지해 줘서 고맙다. 아마 맛보신 분들은 기회 되면 계속 찾고 현지인들 위주로 장사하는 집이라 가격 올리기가 쉽지 않으셨으리라. 이 집 업력은 나와 동갑. since 1974.

맛을 평가해 볼까? 나는 개인적으로 이곳 닭발을 가장 좋아한다. 연탄불향도 제대로 배어 있고 매운 정도도 적당하고 쫀득한 식감도 아주 그만이다. 목살은 닭부위 중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닭목만 망치 같은 걸로 두들겨서 뼈째 잘게 박살 내 펴서 구운 것인데 뼈에 대한 거부감만 없으면 아주 맛난 음식이다. 똥집도 일반적으로 기름에 볶거나 튀기거나 해서 먹지만 여긴 연탄불에 구워주는데 우리 딸내미는 닭발보다 똥집을 더 좋아할 정도로 이곳 마니아층이 따로 있다. 개인적으로 여길 가면 항상 잔치국수도 같이 먹는데 특별히 맛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멸치육수와 채수를 적절히 배합해서 만든 전형적인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그런 맛을 볼 수 있다. 묵과 보리밥은 말해서 뭐 하나. 모두 이 집에서 직접 만든 것이니 믿고 드셔 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할매닭발집에 할머니가 안 보이신다. 할매는 매일 가게 테이블에 앉으셔서 가위를 들고 닭발 끝 탄 부분을 가위로 정리하고 계셨었는데....... 오늘 보니 바뀐 게 하나 더 있네. 예전에는 탄 부분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는데. 편찮으신지 생존해 계신지는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다. 다음에 다시 기대를 하고 와야 하기에~~ 참고로 의성읍에는 시장이 둘이다. 염매시장과 전통시장(오일장)이 있는데 전통시장을 찾으시길 바란다. 닭발만 먹으려고 오기에는 힘드니까 안동여행을 올 때나 의성에도 조문국유적지, 빙계계곡, 고운사, 의성컬링장 등 명소들이 있으니 같이 찾으면 좋을 것 같다.

 

 

 
(2023년 8월 12일 사진)

닭발 연탄구이
주문과 동시에 연탄불에 정성스레 구워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