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이름만 들어도 산과 나무로 가득할 것 같은 그 이름 청송(靑松)이다. 청송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주왕산일 것이다. 높이는 722m 밖에 되지 않지만 기암과 암벽이 풍부한 산으로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암산(巖山)으로 꼽힌다. 여러 기암절벽들과 폭포들, 협곡은 작은 산이지만 아름다워 1972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국립공원이기도 하다. 암석들의 풍화와 침식 등 지질학적 가치도 높아 국가지질공원으로 등록되었고 2017년에는 주왕산을 포함하는 청송군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었다. 주왕산(周王山) 이름의 기원은 중국 당나라 때 스스로 후주천왕이라 칭하고 반란을 일으킨 주도(周鍍)가 곽자의장군에게 패해 동쪽으로 도주했는데 그 주도를 주왕이라 했고 도망친 곳이 지금의 주왕산인 것이다.
주왕산의 가을은 유독 울긋불긋하고 계곡, 기암, 폭포와 잘 어우러져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나 또한 몇 번이나 주왕산을 방문했음에도 단풍이 절정인 시기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어 이번에는 모처럼 휴가를 내고 찾았다. 일반적으로는 대전사에서 계곡과 폭포들이 이어지는 코스를 많이 방문하는데 난 그 너머 숨겨진 곳을 찾았다. 바로 주산지와 절골이 조용한 비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주산지
주산지는 1720년에 만든 저수지로 크기는 길이 200m 너비 100m의 아담한 사이즈이지만 경치 좋은 주왕산 자락에 위치해 있고 마르지 않는 저수지와 그 물 위에 떠있는 듯 자생하는 30여 그루의 능수버들과 왕버들이 그림처럼 사계절 아름다운 곳이다. 봄이면 잠에서 깨어난 연둣빛 새싹이 세상을 밝히고 여름이면 무더움 속에 초록이 가득하다. 가을이면 울긋불긋 각양각색의 나뭇잎들이 온 산을 불 밝히고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눈꽃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비경의 장소. 주산지를 처음 찾은 게 20년 가까이 된 듯하다. 김기덕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보고 내용에는 관심 없고 저기가 어디지 하며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 여기저기서 단풍과 저수지에 발 담그고 부끄러운 듯 서있는 버들을 향해 셔터를 정신없이 눌러대는 소리가 들린다. 참고로 일출 전, 특히 일교차가 큰 봄가을 이른 아침에 물안개가 끼어있을 때 그 몽환적인 분위기는 아무나 찍어대도 작품이 나오는 절경이다. 주차장에서 주산지까지 거리는 800m 정도로 하이힐을 신고도 갈 수 있는 곳이니 어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절골계곡
주왕산의 메인 코스인 대전사-학소대-1.2.3 폭포 코스는 가을 단풍객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그 너머 계곡인 절골은 그 빼어난 비경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지고 손때가 덜 탄 곳이다. 그걸 알 수 있는 것이 절골 입구인 절골탐방지원센터를 보면 된다. 주차장도 10년 전과 같은 10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과 사전예약제로 탐방할 수 있는 걸 보면 아는 사람만 찾는 곳이란 걸 알 수 있다. 물론 현장접수도 가능하다. 탐방지원센터 입구를 통과하면서부터 절골의 아름다움은 숨기질 못하고 막 삐져나온다. 6년 전 여름에 찾았을 때는 초록과 풍부한 계곡의 비경에 놀랐는데 오늘은 절골이 뿜어내는 다양한 색감에 다시 감탄하고 만다. 깊은 계곡의 기암괴석들과 단풍은 10km 정도 이어져 있고 그중 입구에서 대문다리까지의 3.5km 구간은 거의 평지 수준이라 등산이 아닌 트래킹코스로서 편한 복장과 운동화 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오색찬란함에 한 눈을 팔다 보면 어느새 대문다리에 도착한다. 가벼운 트래킹과 가을의 정취에 빠지고픈 분들에게 강추하는 코스이다.
마무리하는 글
사진으로 어떻게든 그 풍경을 다 담아내고 싶었으나 사진으로는 그 풍경을 다 담을 수 없고 내 눈에도 다 품을 수 없었으나 마음만은 담고도 남을 만큼 풍요로운 하루였다. 뭔가 모르게 고독해지고 생각이 많아지는 이 가을에 주왕산으로 떠나보시라. 그 복잡한 머리와 업무에 시달리던 눈이 깨끗이 정화될 것이다. 특히 북적거리고 사람 붐비는 곳이 싫다면 절골계곡과 주산지로 떠나라. 그대의 눈과 마음, 정신까지 자연과 동화되어 맑아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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