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세상은 넓고 고깃집은 많다. 하지만 싸고 맛있는 그런 집은 찾기 힘들다. 바로 그런 집이 대구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남산식육식당이다. 대구 중구 남산동 남산롯데캐슬 아파트 앞 골목길 아파트숲 속 깊숙이 숨은 노포가 하나 있다. 세심히 보지 않으면 설마 여기 식당이 있겠어하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지난 3월 이 동네로 이사 온 후 맛집리스트를 정리하고 오랫동안 가려고 벼르다가 지난여름 중복을 핑계로 방문했다. 참고로 대구 중구는 말 그대로 대구의 가운데 위치하고 있고 가장 오래된 동네라 노포식당들도 즐비한 곳이다.
식당소개
이제 식당으로 입장해 보자. 예상했던 대로 테이블은 딱 3개뿐이다. 그나마 하나는 여러 잡동사니를 올려놓아 손님이 있을 때만 치우시는 듯했다. 할머니 혼자 운영하시는 찐 노포인데 원래 인근 상가에서 식육식당을 하셨는데 재개발이 되면서 장사를 접으시려다가 집에 쉬려니 무료해서 그냥 주거용 집을 용도변경해서 작게 장사하시는 거란다. 그날은 좀 일찍 가서 조용했는데 주말이나 공휴일보다 평일이 더 붐비는 곳이란다. 동네 애주가 할아버지들의 아지트라 무슨 날이면 차라리 조용해진단다.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메뉴판 보면 알겠지만 소고기 100g 만원, 돼지고기 100g 5000원 받는 집이 우리나라에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 그것도 대구 같은 광역시 한복판에서 이런 가격으로 장사하면 운영이 되나?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맛 아닐까? 아무리 가격이 싸더라도 맛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모든 고기는 수입산이 아닌 국산이 이 가격에 한우, 한돈이면 등급이 떨어지거나 싼 부위가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멀쩡한 등심부위가 나온다. 돼지고기도 삼겹살이다. 단, 살짝 얼려져 있었다. 물론 냉동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구울 때 물이 생기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할머니께 왜 냉동고기 사용하시냐고 물으니 이제는 고기를 직접 칼로 썰 힘이 없어 기계로 썰어야 하는데 얼려야 얇게 잘 썰린다고 살짝 얼리신단다. 절대 싸구려 냉동고기가 아님을 맛을 보면 알 것이다. 김치도 국산 배추와 국산 고춧가루로 직접 만드시고 모든 재료는 국산을 사용하시는 듯했다. 그 김치는 경상도식 곰삭은 새콤한 김치로 고기와 너무 잘 어울린다. 메뉴에 없는 된장찌개를 부탁드리니 1000원만 받으시고 뚝딱 만들어주시는데 옛날 시골에서 울 할머니 된장찌개 맛이 난다.
맺으며
전체적으로 정말 맛있고 최고라고 할만한 그런 맛집은 아니다. 하지만 이 가격으로 한우, 한돈을 맘 편히 먹을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 것이다. 인심 좋은 할머니와 주머니 가벼울 때 맛난 고기가 생각나면 자주 찾을 것 같다.
(2023년 7월 22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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