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지난 7월경 원래는 성주 성밖숲 맥문동을 보려 했으나 아직 보랏빛 향기를 내뿜기에는 미약해서 아쉽지만 8월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오랜만에 그냥 돌아가려니 아쉬워 등겨장을 이용한 성주만의 경상도식 밥상을 차린다는 식당인 40년 전통의 노포 고방찬남경식당을 찾았다. 그 등겨장이란 놈이 너무나도 궁금해서 오랫동안 먹킷리스트에 올려놓았던 곳인데 이제야 이 핑계 저 핑계로 가본다. 고방찬이 뭘까 궁금했는데 전통의 맛과 방식으로 차려낸 성주 대표향토음식 브랜드라고 한다.
식당 소개
등겨장은 말 그대로 보리등겨를 반죽해서 여름에 아궁이 불로 서서히 익히고 건조하고 발효해서 겨울이나 봄에 담가 만든 장으로 성주지방 토속음식이라 한다. 영양소도 풍부하고 저염식 발효음식이라 당뇨환자나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음식이라고 한다. 맛을 보면 좀 더 터프한 야생느낌의 된장이랄까? 그런 느낌이 적절한 것 같다. 이 등겨장으로 여러 음식의 조리하는 과정에도 사용하고 다른 식당들은 고기를 찍어 먹을 때 쌈장을 주지만 여기는 등겨장을 내어준다. 이 식당의 메뉴는 육류를 포함한 몇 가지가 있으나 메인은 성주 대표음식 등겨장석쇠구이정식이다. 메인인 석쇠구이는 물론이고 반찬들도 하나하나 거를 타선 없이 모두 깔끔하다. 육식파인 나도 석쇠구이를 제쳐두고 반찬을 몆 번이나 리필해 먹었다. 참외의 고장답게 참외지, 냉이지, 비타민고추지, 독특했던 두부조림, 너무 맛났던 부추전, 육식동물도 초식으로 만들어버린 각종 나물무침들, 울 할머니가 끓여준 것 같은 된장찌개 등 모든 재료, 반찬 하나하나가 정말 정갈하고 군더더기 없는 맛이었다. 전라도 순창, 강진 등의 유명 한정식집 부럽지 않은 맛을 선보인다. 당연히 주연인 석쇠구이는 숯불에 직접 구우셨는지 불향이 그윽하게 스며있었고 등겨장에 찍어 먹으니 간도 딱 맞고 밥도둑이 따로 없다. 일단 마음씨 좋은 주인장 내외가 오가며 더 필요한 건 없는지 물어보시고 중간중간 음식 설명도 해주시니 더 맛났었던 것 같다.
맺음말
40년 노포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주방도 카운터 옆에 오픈되어 있어서 다 보였는데 노포답지 않게 정말 잘 정돈되고 깔끔했다. 식재료의 대부분을 직접 재배하신다고 말씀하시고 모든 요리는 직접 다 만드신다고 한다. 맛을 보면 인공미보단 자연미가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 오랜만에 정갈한 경상도식 한 상을 받은 기분이다. 식당을 나서면서 정말 잘 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나중에 어른들 모시고 다시 찾을 것을 주인장께 약속했다.
(2023년 7월 23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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